최유리 [여운] 한 해, 또는 어떤 시기의 마무리에 있어 우리는 어떤 아직 가시지 않은 여운을 가득 품어낸다. 어떠한 방향의 여운이든 좋은 흔적이 되길 바라며. 1. 흔적 우리에게 어떻게 흔적이 없을 수 있을까. 매일 아침, 그리고 밤 하루만 놓고 보아도 넘쳐나는 흔적이 남아있다. 나와 당신의 싱그러운 마음들이 오래도록 남아있는 흔적이 되길 바라며. 2. 한 숨 우리가 사랑하던 그 당시, 당신은 나에게 있어 쉼터이자 길이었다. 여유로운 사랑을 위해 한 숨 쉬어가다 보면 내가 걸어온 길은 나의 숨으로 가득했다. 3. 저기야 누군가 나를 떠나고 많은 시간이 흘렀을 때, 많이 울다 지쳐버린 나는 그 사람의 이름조차 부르기 버거워졌다. 조심스레 ’저기야‘라며 불러보지만 미련 가득한 나는 이제 나의 이름마저 잊어갈 정도로 무너져버렸다. 4. 어떤가요 우리가 그렸던 사랑, 그 시절의 나는 참 겁도 많고 적도 많은 사람이었다. 내가 바라보는 사랑 자체에도 겁을 내던 이런 내가 당신에게는 어떤 존재였을까. 5. 걱정의 문득 나를 되돌아보다 보면 나 자신이 어려워지고 모든 날이 무서워지는 때가 있다. ...